1999년에 오고 정확히 20년만의 미국방문. 그때야 처음 미국방문보다 살아생전 첫 해외여행, 첫 항공여행이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뉴욕 JFK 공항에 내려서는 정말이지 Culture Shock이라는 말이 맞았었다. 지금까지 생생한 그런 느낌을 들게 한게 ‘미국’인지 ‘외국’인지 궁금해서 오늘 들어올때 다시 확인해보자 했는데, 역시 외국이 맞았나 보다. 의외로 너무 덤덤해서 놀라울 정도였음.
인터넷에서 하도 겁을 주어놓아서 그런가 나름 입국수속 밟으면서 긴장이 되었는데 막상 너무 싱겁고 무난히 쓱쓱 끝남
ESTA kiosk에 찍힌 사진이 Huantos Kim 마냥 나와서 찍어볾
공항에서 Flyaway Bus를 타고 LA Downtown의 Union Station으로 이동하는 중 주변 풍경. 3층 이상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정도인가 싶어 깜짝 놀람.
LA Union Station 에서 Irvine 까지 가는 Amtrak 티켓 예약 및 탑승장 확인을 위해 먼저 티켓 카운터 방문, 인터넷으로도 가능은 한데 여행의 재미도 살릴 겸 일부로 창구에서 예약했다. 실물티켓도 받아보고. 왠지 굉장히 모던한 느낌의 거물들만 있을 것 같은 예상이었는데 Union Station 은 타일 장식도 그렇고 Holiday season 장식도 그렇고 나름 아기자기한 느낌이라 신기했음. 여기서만 있어도 좋을 것 같은 이국적인 느낌이었지만 거리로 나가보기로 함.
정욱이가 추천한 멕시코 거리. 도착하기가 무섭게 캐리어 바퀴가 본체를 뜯어내면서 떨어져 버렸다. 아... 오늘 내게 주어진 4시간여의 개인일정 계획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다니다 보니 공유형 전동스쿠터가 사방에 널부러져 있더만;; 짐만 정욱이한테 맡기고 저거 타고 돌아 다닐 걸 하는 후회가;;;;
식사도 결국 Olvera Street에서 해결하기로 함. 다들 마르가리타 마시길래 주문하고 (항상 습관대로) 메뉴판 맨 위에 있는 타코 주문. 치킨이랑 소고기추천해서 그냥 그거 먹음. 원래 식당에선 철저히 을이 되어야 한단 지론이라. 지나가는 점원들마다 괜찮아? 먹을만 해? 주문받은 점원도 와서는 내가 헐리웃 큰처에서 한국 사람들이랑 자주 어울리는데 걔들 항상 맵게 먹더라. 그래서 너한테도 일부러 매운 거 추천했어. 맛있지? 하면서 계속 관심을 보여준다. 여기 문화인지 팁값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보기 나쁘지 않음. 여하튼 너무 많아서 절반 가량 남기고 나옮
그냥 제일 가까운 장소 찾다가 멕시칸 아메리칸 뮤지엄 있길래 가보기로 함.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꼼꼼히 볼 수 있었는데 아 LA 에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 하긴 했지만서도 아..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피해의식을 접할 때마다 씁쓸해진다. 뭐가 옳은건지.. 이 Olvera 거리 바로 옆에 1920년대 멕시칸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주말마다 모이던 Calle principal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 나름 나쁘지 않았음.
일찌감치 플랫폼에 올라와서 타게 될 기차를 구경했는데 아 정말 이 나라는 뭐든 중후장대하구나 싶었음. 플랫폼 차양 끝에 닫을 듯한 높이도 그렇고 덩치도...
몸이 불편한 승객 운반용 카트가 플랫폼 안까지 들어오는 것도 웃기고
차량문제인지 1시간여 가까이 지연출발함. Anaheim역을 지날 때 해가 질 무렵인데 아 공기가 좋아서인가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음
Irvine역에서 내려서 바로 욱 일행과 합류. 이로써 내 개인일정은 끝났다. 욱이는 나의 개별행동이 내심 못 마땅한 듯 했지만 나로썬 앞으로 10년 후에나 다시 올지 모를 이곳을 좀더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욱이네 집에서 저녁식사 . 배대지가 되어 버린 ㅎㅎ. 모든 개 한국에서의 삶과 달라 보인다. 심지어 음식도 술도. 부럽다.
원래 공장이었다 곳을 개조해 호텔로 만들었다는데 나름 정말 맘에 듦. 지지난 달에 간 신라호텔보다도 차라리 나은 듯. 벽체는 원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켰고 이전 공장시설물들을 그대로 보전한 인테리어들도 많고. 나름 훌륭했음. 근데 베드가 모자라 승현이 소파에서 자네;;
새벽에 깨니 컴컴한 방에서 다들 휴대폰 얼굴 들이대로 있더라 ㅎㅎㅎ 나도 다시 자야지 하고 눈감았는데 웬걸 정신이 말똥말똥하길래 40분 가량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포기하고 저널쓰고 멍하니 있다가 승현이 깨었길래 소파로 자리바꾸고 잠들었다. 아침에 욱이 와서 다 자고 있으니 벙쪄하고 부랴부랴 챙겨서 조식 먹고(난생 처음 와플 굽고 몇개 주워먹고) 7시 14분쯤 출발 드디어 첫 일정
주변이 온통 사막 뿐인 길을 달려 400마일 이상을 가는 중
사막사막사막. 한국에서 본 그것의 족히 100배는 될 듯한 풍력발전 플랜트도 그렇고 얼핏 보기에는 영화에서 본 외계인 실험구역 같은 태양광 발전 플랜트도 그렇고 정말 스케일 면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또 신기한 것은 ‘RV 파크’라 불리는 캠핑 트레일러나 모터홈 등을 파킹해 놓고 투숙하는 Spot들이 정말 많이 보이는데 일조량이 풍부한 아리조나 주가 은퇴자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곳이기 때문이지 다른 지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실제 도로를 운행하는 차의 10%가량이 RV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운전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지만 일반 승용을 견인하는 모터홈들도 자주 눈에 띈다.
Arizona 주 경계선을 넘어서면서 전화기에서 자동으로 시간이 한시간이 늘어난다. 시차 경계선을 넘었기 때문. 생경한 경험. 주변에 선인장들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다. 키가 족히 2~3미터가 되어 보이는데 사려면 1,000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만히 보면 주변에 철조망으로 주욱 둘러놓은 것이 보인다.
중간에 화장실 이용 겸 잠시 들른 CVS pharmacy에서 짬을 이용해 카페인음료 애호가로서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스타벅스 트리플샷 에너지 익스트라 스트렝스’를 사 마셔볾. 멋 모르고 들이켰다가 한동안 심장이 벌렁거려서 고생함;;
당초 3시 초반대를 예상했는데, 일찌감치부터 구글맵에서도 차량사고로 인한 정체구간으로 표시되어 있던 17번 도로와 만나는 구간이 진작에 수습되리라는 기대를 저리고 아예 전 차량들을 노상에 완전 정차시켜 버렸다;; 더 기가 막힌 건 다른 운전자와 탑승객들이 다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차에서 내려 천연덕스럽게 길위에서 놀더라는 거;;
최소한 세도나 선셋밸리에서 일몰 장면을 보려면 늦어도 4시 30분 이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결국 ETA가 기하급수적으로 늦춰지더니 아예 가망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후회막심
애초에 6시 30분 출발예정이었던 걸 아침기상부터 늑장을 부리고 워낙 이동거리가 있는 탓에(450마일) 거리에서 평균속도를 좀 높여주면 시간을 반감시키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 오만이 문제였던 것. 애초에 시속 75마일을 전제로 계산된 시간이다 보니 시종일관 시속 100마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실 운행속도가 거의 시속 75마일로 수렴하더라는 거.
사실상 오늘 일정의 실질적인 단 하나의 Goal인 세도나에서의 일몰을 볼 수 있을까말까의 기로였지만 이미 너무 불안해져버린 오일잔량 탓에 하이웨이에서 내려와 주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폐색이 짙은 상황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세도나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세계 혹은 다른 혹성에 와 있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기이한 풍광이 주변을 휘감는다. 흡사 스타워즈의 혹성씬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
오늘의 하이라이트
원래대로라면 해가 반대편 능선을 넘기기 직전 20여분을 위해 720km 가까운 거리를 새벽부터 달려온 것인데 이미 해는 저 뒷편으로 기운지 오래고 우리는 그저 어스름이 짙어가는 모습을 같은 자리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충분히 신비로운 풍경
숙소는 욱이의 고심의 흔적이 역력히 느껴지는 곳이다. 흔히들 미국에서도 Sedona하면 Vortex의 기운을 받으러 오는 곳이라고들 한다. 그런 성향을 잘 반영한 듯한 일관된 Ethnic 패턴과 센스넘치는 Do not disturb tag. 붉은 바위산들에 둘러쌓여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라운지까지.. 꼭 다시 와보고 싶은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호텔 주변에 맥주를 마시기 위해 적당히 가까운 곳을 찾아간 곳.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다양한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가히 축복이다. 그냥 관광지에서 흔히 보는 그런 집이고, 어딜 가나 입에 잘 맞는 음식점이 많은 일본과 달리 아직까지는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한 느낌. 일단은 더 다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56년 지어졌다는 카톨릭 성당. $1 초가 있어서 헌금하고 둘째가 내년 초등학교에 가서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랬다. 높은 곳에서 한 기도이니 더 잘 가서 닿지 않을까
해발 2040m에 있는 웬디스라니
워낙 이 Horshoe bend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곤 하던데 아예 이 다운타운을 점령해 버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대형버스가 들어와 대규모 인원을 산개시키고 또 싹 거둬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될 때마다 각종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텅 비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으니.. 결국 차갑게 식은 와퍼를 내준들 딱히 항변할 도리도 없이 조용히 먹고 나왔다;;